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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Digital 물가자료 02-799-0741
― 인적자본의 변화와 판단·질문·창의성, 재교육과 평생학습 예전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유리했다. 시험에서는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는지가 중요했고, 회사에서도 업무지침과 규정을 잘 알고 필요한 자료를 빠르게 찾아내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공부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두는 일과 비슷하게 여겨졌다. 그런데 AI가 수많은 책과 자료를 순식간에 찾아 요약하고, 문장을 쓰고, 계산하며, 심지어 보고서 초안까지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면서 오래된 질문 하나가 다시 등장했다. 기계가 지식을 기억하고 정리해준다면 사람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렇다고 지식이 필요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만들어내는 답이 맞는지 판단하려면 기본적인 지식이 더 필요할 수도..
― 지방소멸과 지역경제, 그리고 AI 시대의 새로운 해법작은 도시의 읍내를 걷다 보면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문을 닫은 가게 앞에 오래 붙어 있는 임대 안내문, 한때 아이들로 북적였을 법한 학교 운동장, 예전보다 뜸해진 버스 시간표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도시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식당은 여전히 문을 열고, 장날이면 시장에 사람들이 모이며, 학교에도 아이들이 남아 있다. 다만 몇 사람이 떠나고 또 몇 가족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일이 오래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예전에는 당연했던 풍경 하나둘이 사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겉으로 보면 달라진 것이 많지 않은데 몇 사람이 떠나고, 그 가족이 뒤따라 다른 곳으로 옮겨가며, 가게 하나가 문을 닫는 일이 여러 ..
―― 부족과 남음은 같은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동네에서 함께 자란다사람이 줄어드는데도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새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한쪽에서는 인구감소를 걱정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청약 경쟁률과 입주 물량을 이야기하니, 앞으로 집이 남을 것인지 부족할 것인지 좀처럼 판단하기 어렵다. 여기에 AI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하는 방식과 산업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으니, 아파트 수요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볼 필요가 생겼다. 앞으로의 집값과 주택 수요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몇 명 사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어디에서 생활하려 하느냐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먼저 생각해 볼 것은 인구와 가구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더라도 ..
― 인구감소 시대, 자영업과 내수경제저녁 여덟 시, 동네 골목 식당의 불은 여전히 켜져 있지만 테이블은 절반도 차지 않는다. 사장님은 손님이 줄어든 이유를 하나로 짚어내지 못한다. 경기가 나빠서인지, 동네에 사람이 줄어서인지, 배달 앱으로 빠져나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매출은 주는데 인건비와 재료비는 꾸준히 오른다는 사실이다. 이 단순한 부등식 하나가 지금 한국 자영업의 풍경을 설명한다.이런 풍경은 특정한 동네, 특정한 업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도권 상가든 지방 소도시 시장이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방향의 압박을 받고 있다. 손님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데 비용은 구조적으로 오른다면, 개별 사장님의 손맛이나 성실함만으로 버텨내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
인구감소와 디플레이션, 그리고 서비스물가사람이 줄어들면 물건을 살 사람도 줄어드니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동네에 살던 사람이 절반으로 줄면 식당 손님도 줄고 옷을 사는 사람도 줄며 집을 구하는 사람도 감소할 테니, 상인들은 가격을 내려서라도 남은 손님을 붙잡아야 할 것 같다. 인구감소와 디플레이션을 연결하는 생각이 자연스러운 이유다. 그런데 경제는 늘 사람 마음대로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아서, 사람이 줄어드는 사회에서 오히려 어떤 가격은 더 빠르게 오를 수도 있다.우선 수요 쪽만 보면 인구감소는 물가를 낮추는 힘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줄어들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수요가 약해지고, 특히 주택이나 교육처럼 젊은 인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장에서는 가격상승 압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
AI와 노동생산성옛날 공장에서 물건 열 개를 만들려면 열 사람이 필요했는데, 기계가 들어온 뒤 한 사람이 그것을 관리하면서 같은 양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해보자. 그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힘이 열 배 세진 것은 아니다. 다만 기계를 이용해 자기 몸만으로는 할 수 없던 일을 해낸 것뿐이다. 요즘 AI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이 보고서를 쓰고 번역을 하고 자료를 찾고 고객 문의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면, 정말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경제학에서는 한 사람이 일정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노동생산성이라 부른다. 사람 수가 그대로인데 생산량이 늘어나거나 같은 생산량을 더 적은 인원으로 만들어낸다면 노동생산성이 상승한 것이다. 선진국의 생활..
생산성 향상과 임금, 그리고 AI 활용 격차회사에서 한 사람이 하루 종일 하던 일을 AI를 이용해 두세 시간 만에 끝냈다고 해보자.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자료를 정리하며 번역까지 대신해준 덕분에 같은 사람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성이 오른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회사는 그만큼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텐데, 그 사람의 월급도 함께 오를까. 경제학 교과서만 보면 생산성이 높아지면 임금도 오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현실의 월급봉투는 교과서보다 조금 더 고집이 세다.임금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만들어내는 가치와 연결돼 있다. 한 사람이 한 시간에 상품 하나를 만들던 공장에서 기술혁신으로 두 개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기업은 같은 시..
지식노동 자동화예전에는 자동화라고 하면 공장이 먼저 떠올랐다. 컨베이어벨트 옆의 노동자를 로봇팔이 대신하고 무거운 짐을 기계가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책상에 앉아 문서를 만들고 숫자를 계산하는 사무직은 적어도 기계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한 뒤 상황이 묘하게 뒤집혔다. 공장에서 볼트를 조이는 사람보다 보고서를 쓰는 사람이 먼저 자신의 일을 걱정하고 있으니, 기술의 방향이 우리가 예상했던 순서와 조금 달라진 셈이다.그 이유는 생성형 AI가 힘을 쓰는 기계가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무직이 처리하는 상당수 업무는 컴퓨터 화면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메일을 읽고 문서를 작성하고 표를 만들며 계약서를 검토하고 자료를 요약하는 일은 대부분 글..
